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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정년이> '문옥경'이 마지막회에 나오지 않은 이유

작성: 2024-11-18

작성: 2024-11-18 16:23

드라마 <정년이>가 자체 최고 시청률 16.5%를 기록하며 12부 막을 내렸습니다.

일반적인 작품보다 짧아서 더 아쉬웠던 작품이었어요.

배우들의 연기 차력쇼가 펼쳐지는 매회가 모두 화제였지만

특히 이 작품으로 예쁜 것과 잘생긴 것은 한 끗 차이라는 것을 각인시켜 준 배우가 있죠.

'국극계의 황태자'를 연기한 배우 '정은채' 입니다.

드라마 <정년이> '문옥경'이 마지막회에 나오지 않은 이유

출처: tvN


특히, 국극단을 떠난 문옥경이 마지막 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을까 다들 기대했는데

여운을 남긴 엔딩도 그렇고 결국 문옥경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웹툰 원작에서는..

문옥경은 정년이가 목이 부러진 시점에서 1년 후, 단장님에게 그만두겠다고 미리 말하고 떠납니다.

옥경의 아편 의혹 기사를 적극적으로 막아주던 서혜랑이 아편 관련 기사를 내지만

현재 아편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큰 타격 없이 지나갑니다.

그리고 홍주란에게 국극단을 같이 떠나자고 제안하는데, 후에 홍주란은 다시 국극으로 돌아오죠.


드라마 <정년이>에서 아편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장면을 보고

'아, 웹툰 원작과는 다르게 마무리가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정녕 캐릭터 붕괴인가

드라마 <정년이> '문옥경'이 마지막회에 나오지 않은 이유

출처: tvN

익숙하고 안정되면 지루해졌고, 지루해지면 숨이 막혔다.

사람이든, 국극이든 흥미를 잃은 상대에게는 더 이상 미련두지 않고 바로 돌아서서 떠나버리는 냉정한 면을 갖고있다.


드라마 캐릭터 소개 속 '문옥경'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걸 잘 보여준 퇴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회 문옥경의 첫 등장 대사가 무려 "재미가 없어."입니다.

세상만사 지루한 얼굴 표정으로 무미건조하게 연기도, 모든 것이 다 재미없다고 말하죠.


아편은 중독성이 아주 강한 마약입니다.

아편에 중독됐던 사람이 국극에 매료되어 최고의 황태자 자리에 올랐어요.

새로운 자극제가 계속 필요했던 문옥경에게 정년이는 희망이자 돌파구였을 겁니다.

드라마 <정년이> '문옥경'이 마지막회에 나오지 않은 이유

출처: tvN

"난 네가 우리 국극단에 들어와서 계속 날 재미있게 해줬으면 좋겠어"


국극의 미래를 위한 후배 양성이 목적이 아니라

이 아이를 빨리 키워서 내 자리를 물려주고, 하루라도 빨리 영화판으로 떠나야겠다는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드라마 <정년이> '문옥경'이 마지막회에 나오지 않은 이유

출처: tvN

"그 순간 얼마나 짜릿했는지 몰라.

온몸에 소름이 끼쳤어. 그런 느낌은 태어나서 처음이야."


피를 토하기 직전 득음의 경지에 오른 정년이의 소리를 들은 문옥경.

일생 최대의 희열을 느꼈던 그녀는

다시 그 희열을 느낄 수 없게 될 거라 생각하고 자해에 가까운 좌절감에 빠집니다.


주인공은 항상 문옥경, 서혜랑.

오디션도 늘 조연들을 새로 뽑기 위해 진행될 뿐.

실험적인 극들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은 너무 위험하다며 거절당하고

같은 무대, 같은 대사, 같은 노래.

문옥경이 매너리즘에 빠질만하긴 합니다.

드라마 <정년이> '문옥경'이 마지막회에 나오지 않은 이유

출처: tvN

"책임감이요? 정말 저한테서 그런 걸 기대하셨어요?"


자신이 그만두면 '매란국극단'이 망할 수도 있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문옥경은 가차 없이 떠나버립니다.

마지막 남아있던 인내심의 끈이 끊어져 버린 것이죠.

문옥경은 '예인(藝人)'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연기를 했던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 연기했던 거라고 느껴졌어요.


아마 원작에서 보여준 최소한의 책임감 있는 캐릭터와 다른 모습에 시청자들이 많이 실망한 거겠죠?

하지만 드라마 속 문옥경의 캐릭터는 일관성 있는 모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실력만 좋으면 그 사람은 성공할 것인가.

영화판에서 과연 성공했을까.

그 이후 문옥경의 삶에 대해 물음표를 남긴채 놔두는 것도 좋은 마무리인 것 같고요.


자신이 발견한 원석인 정년이를 필두로 성공적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지 보러 온다?

글쎄요.

신문 기사로 읽거나 소문을 듣고 피식 웃으며

"역시 내가 잘못 본 건 아니었어. 윤정년 대단한데?"라며 한마디 흘리고 넘어가지 않을까요?


웹툰 원작의 '서이레' 작가는 역사적 사실에 가깝도록 여성국극의 쇠퇴를 그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림 작가 '나몬'의 제안에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수정했다고 하죠.


한때 국극 무대를 누볐던 그 많은 별들은 그 이후에도 예인의 길을 걸어갔다.

소리꾼으로 마당극 배우로 또 누군가는 영화배우로.

인생을 길고 그리하여 무대는 영원하다.

별들은 흩어졌을 뿐 사라지지 않고 저 광막한 밤하늘에서 빛날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에필로그로 여운 있는 엔딩이 그려졌습니다.

다시 한번 <정년이> 정주행을 해보면 좋을 계절이 온 것 같네요.

방 안에서 이불 덮고 귤 까먹으며 국극의 매력에 빠져 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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